태안반도의 북단. 바다를 향해 돌출한 촉수 모양의 땅 끝으로 북상하는 길. 오른쪽으로 당진 땅과 태안반도에 갇힌 가로림만이 보인다. 이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그러나 왼쪽의 서해 큰 바다는 좀처럼 볼 수 없다. 반도의 끄트머리까지 배의 용골처럼 이어진 산줄기가 가로막은 탓이다. 바다는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이원면 내리)이라고 쓴 푯말을 따라 들어가 만난 숲을 지나서야 볼 수 있다.
푯말을 보고 들어선 좁은 흙길. 언덕을 넘자 짙푸른 송림이 앞을 가로막는다. 길도 여기서 끝난다. 땅바닥은 모래투성이다. 바람에 실려 온 이 모래가 이곳이 사구지형임을 알려준다. 차문을 열자 파도 소리와 함께 시원한 바람이 쏟아져 들어온다. 바다는 숲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그 소리와 바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숲을 통과한 사람들. 환호를 지른다. 바다를 본 것이다. 그런데 그 바다는 보통의 서해 것과 달랐다. 동해같은 바다였다. 초승달 모양의 모래 해변은 좁고 짧다. 축구장 몇십 개 크기의 통상적인 태안반도 해변과 다르다. 파도도 세고 힘차다. 파도 소리가 해변을 떠나지 않는다. 해변에는 굴 딱지 붙은 바위도 있다. 모든 것이 보통의 서해바다 풍경과 다르다.
해변은 그 바위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두 개의 모래사장으로 나뉜다. 작은 해변에는 숙박시설 한 채가 언덕 위에 있다. 큰 해변에는 솔숲 뒤에 민박집 몇 곳이 자리 잡았다.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의 솔숲은 그 자체가 근사한 피서지다. 숲 그늘이 어찌나 짙은지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다.
▽미리 알고 떠나기
지도에서 태안군을 살펴보자. 남북으로 길게 뻗은 반도지형이다. 다리로 연결된 남단의 안면도까지를 치면 태안반도의 길이는 더욱 늘어난다. 얼마나 길까. 오른편의 뭍과 비교해 보자. 북쪽에서 남쪽으로 서산 당진 홍성 보령 등 4개 시군과 이웃했다.
태안반도는 서해안에서도 먹을거리가 다양하기로 이름난 곳이다. 사시사철 제철 해물이 쉼 없이 잡혀 들어오는 황금 포구가 많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리아스식 해안의 전형이라 할, 해안선의 굴곡이 심한 바다, 그 바다와 해안을 뒤덮은 모래지형이다. 굴곡진 모래해안은 물살이 세지 않고 조류에 휩쓸릴 위험이 적다. 알을 낳기에 좋아 물고기가 몰린다.
그 모래는 큰 바다에서 온다. 조류와 파도, 바람이 운반한다. 해안에 발달한 멋진 해변 역시 그 모래가 쌓인 결과다. 물에 떼밀려, 바람에 실려 온 모래다. 안면도의 꽃지와 태안반도의 청포대 신두리사구 만리포 천리포 몽산포 연포 등등. 이런 황금모래 해변이 태안에만 200개가 넘는다. 그중 해수욕장으로 개발된 곳은 31개.
○ 여행정보
▽태안관광 △홈페이지: taean-gun.chungnam.kr △관광문화과: 041-670-2544 ▽찾아가기=서해안고속도로∼서산 나들목∼국도 32호선∼태안읍∼지방도 603호선(이원 방향)∼꾸지나무골 ▽숙박 △꾸지나무골 ①골 안: 꾸지나무골 민박(주인 김진수·017-434-7850)은 숲 뒤에 있다. 원룸형 객실은 하루 6만∼8만 원, 야영장은 하루 1만 원(최성수기 요금) ②골 밖: 꾸지나무골 언덕 넘기 전에 ‘사계절민박’(주인 김광길·041-675-8477)이 있다. △벨로세앙: 가로림만의 호수 같은 바다가 정면으로 펼쳐지는 곳에 지중해 스타일의 정원과 야외 풀을 갖춘 고급 펜션형 리조트(7채·이원면 내리). 테니스장, 피트니스센터, 레스토랑이 있고 정원에는 파라솔과 테이블, 야외 바비큐 시설이 갖춰져 있다. 숙박은 한 채씩 빌려주는데 요금은 33만∼78만 원(성수기 주말 기준). 꾸지나무골 입구에서 지방도 603호선으로 3km(태안 방향)지점에 입구가 있다. www.belocean.co.kr 041-673-2929 ▽허브농원 ‘카밀레 팜’=1만2000평 구릉에 라벤더 등 다양한 허브를 심은 정원 스타일의 아름다운 허브농원. 예쁜 저택에는 유럽풍 인테리어의 레스토랑과 찻집이 있고 다양한 허브 차와 아로마 세러피 오일 및 기구 등을 판다. 태안군청∼지방도 77호선(몽산포 방향). www.kamille.co.kr 041-675-3636 ▽맛집=30년간 꽃게장과 우럭젓국 하나만 팔아온 토담집(주인 윤순철)이 태안등기소 앞에 있다. 041-674-4561
▼신두리·청포대▼
서울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 태안은 그래서 좋다.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된 뒤 가장 각광받는 곳이 태안이다.
태안은 한강이남 서해안에서 가장 멀리 바다로 나아간 뭍이다. 큰 바다를 한 몸으로 받아내는 이 땅. 이겨내야 할 것은 바다뿐이 아니다. 세찬 바람도 견뎌야 한다. 그 해안의 많은 부분은 그 물과 바람의 소산이다.
태안 서쪽해변은 대부분 모래가 쌓인 사구(砂丘)다. 사람들은 이 모래언덕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둑처럼 큰 바다의 물과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신두리 해안사구 해수욕장

태안사구의 대표선수는 북쪽의 신두리(원북면)다. 신두리 사구해안은 길이 3.4km에 폭이 0.5∼1.3km나 된다. 물 빠진 백사장은 사막을 연상케 할 만큼 넓다. 모래둔덕은 온갖 들풀로 뒤덮여 있다. 멀리서 보면 사구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그 모래땅에 뿌리내리고 사는 억센 풀과 들꽃은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5, 6월에는 빨간 해당화가 나팔꽃과 비슷하게 생긴 갯메꽃과 함께 삭막한 모래밭을 장식한다. 해수욕장은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북쪽 일부를 제외한 남쪽 바닷가다. 사구언덕은 펜션 타운으로 둔갑한 지 오래다.
◇청포대 해수욕장
청포대(남면 원청리)는 태안반도 남쪽의 대표적인 해변이다. 이 모래사장은 북쪽 몽대포부터 남쪽 마검포까지 이어진 13km 모래밭 해안의 중간쯤이다. 단일 해수욕장으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는 임자도의 대광해수욕장보다 1km가 더 길다. 몽산포 달산포 청포대 마검포 해수욕장이 그곳에 있다.
이 해변의 특징은 넓은 모래밭이 송림에 둘러싸였다는 점. 모래 언덕을 대신해 인공으로 조림한 방풍림인데 텐트를 치고 야영하기에 그만이다.
청포대는 몽산포와 달리 관광업소가 거의 들어서지 않아 분위기가 호젓하다. 물 빠진 모래사장에서는 맛소금을 뿌려 맛조개를 잡는 개펄 체험도 할 수 있다. 족구는 물론 축구도 가능하다. 해변까지 자동차가 접근할 수 있어 오토캠핑에도 좋다.
마검포는 싱싱한 횟감을 고를 수 있는 포구. 인근 원청리 마을은 ‘별주부마을’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이렇게 짐작한다. ‘용새골’은 자라가 용궁에서 나와 상륙한 곳이고 ‘묘샘’은 토끼가 간을 씻은 곳이라고. 어느 해변이든 낙조를 감상하기에 좋다. 특히 청포대는 정면 바다를 수놓은 여러 섬들로 인해 더욱 아름답다.
○ 여행정보
▽찾아가기 △신두리 사구해안: 서해안고속도로∼서산 나들목∼국도 32호선∼태안읍∼지방도 603호선∼원북면∼지방도 634호선 △청포대 해수욕장: 서해안고속도로∼홍성 나들목∼국도 40호선∼지방도 96호선∼서산A지구방조제∼서산B지구방조제∼원청삼거리∼지방도77호선(태안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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