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채소와 달리 호박잎에는 향이 없다.
그래서 다른 쌈과 달리 자극적인 쌈장에 먹어야 맛있다.
시골에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던 방식으로
청량고추를 대충 썰어서 양념간장에 넣고
고추무름을 만들었다.
마지막에 참기름을 한방울 떨어뜨려 향을 더했다.
밥을 짓고 기다리는 동안 호박잎을 몇장 데쳐냈다.
텃밭에서 뜯어온 콩잎으로는 된장국을 끓였다.
화학조미료는 일절 넣지않고
오로지 된장과 고추한개
파 조금 그리고 콩잎은 손으로 찢어 넣었다.
조금 싱겁다 싶어서
고추무름에 있는 간장을 약간 넣었다.
간이 딱 맞다.
호박잎은 칼칼한 고추무름에
싸먹어야 제맛이다 ⓒ2005 맛객
밥이 되는동안 데친 호박잎으로 쌈을 만들어 먹었다.
너무 살짝 데쳤나?
호박잎이 조금 질긴 느낌이지만
칼칼한 고추무름과의 조화가 잘 이루어 진다.
수도권에서는 강된장을 볶아서 싸 먹기도 하지만
내 잎맛에는 전라도식인 고추무름이 최고다.
채소를 데칠때 웬만하면 살짝 데칠려고 한다.
아예 끓는 물에 넣자 마자 불을 꺼 버린다.
쎈불에 데치면 채소의 영양분만 파괴되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생각보다 많이 데쳐져셔
맛도 향도 달아나 버리기 때문이다.
밥통에서 김이 나기 시작한다.
취사에서 보온으로 넘어가지 직전에
호박잎을 넣었다. 밥을 푸고(담고)
호박잎도 그릇에 담았다.
뜨끈뜨끈한 호박잎에 내 손이 놀란다.
호박잎에는 밥이 묻어 있어야 시각적으로도 맛있게 보인다.
아니 그래야 맛있다.
쌈을 싸서 입에 넣으니 좀전의 호박잎 쌈과는 차원이 다르다.
와~ 이래서 호박잎은 데쳐서 먹지 않고
쪄서 먹는구나 실감하는 순간이다.
<데친 호박잎과 밥위에 쪄낸 호박잎 맛의 차이는 대충 이렇다.>
◇물에 데친 호박잎-향이 없다.
◇밥에 쪄낸 호박잎-구수한 밥냄새가 스며들어 있다.
◇물에 데친 호박잎-씹으면 물이 새어나와
밥과 고추무름 호박잎이 콩가루가족 같다.
◇밥에 쪄낸 호박잎-씹으면 단내가 나고
밥과 고추무름 호박잎이 조화롭게 뒤섞여 환상의 맛을 낸다.
【참고】호박잎을 딸때 잎만 따면 안된다
호박잎에 줄기가 10~15센티미터 정도
달려있어야 쌈을 해도 맛있다.
내가 만든 음식이지만 너무 맛있어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싸먹었다. 콩잎 된장국도 시원한 맛을 낸다. 가끔 식당에 나오는 호박잎으로 쌈을 먹으면 물이 잔뜩 머금고 있어서 씹기가 곤혹스러울때도 있다. 이렇게 조금만 수고 하면 맛있는 호박잎 쌈을 먹을수가 있다.요즘 제철을 맞고 있는 호박잎 쌈으로 오붓하고 맛나는 저녁식사를 할수 있다면 이게 웰빙이고 행복이지 싶다.